솔직히 저는 AI가 경제를 이렇게 빠르게 바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25년 초부터 에이전트 AI가 현실화되면서 화이트칼라 업무의 5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 투자 연구소 시트리 리서치는 2028년 AI 크라이시스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법률·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주가는 플러그인 하나 추가된다는 소식에 30%씩 급락했습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금융시장을 보면서 느낀 건, 이번엔 정말 다르다는 것입니다.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시대가 눈앞에 왔습니다.

AI가 바꾸는 소득 구조, 노동 없는 돈벌이 시대
제가 2003년부터 경제신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일하면 돈을 번다'는 공식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에이전트 AI(Agentic AI)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에이전트 AI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예약하고, 결제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AI를 말합니다. 2025년 1월 오스트리아 개발자가 공개한 오픈 클로우(Open Claw)가 대표적인데, 이 하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에이전트 AI의 타임라인을 1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출처: 엔트로픽).
중국 바이두는 이미 이커머스에 에이전트 AI를 적용했고, 오픈AI는 오픈 클로우 개발자를 영입했습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겁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 채용이 멈췄고, 법률·보안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클라우드 코워(Claude Cowork)가 관련 플러그인을 추가하자마자 주가가 10~30% 급락했습니다. 저는 매일 페이스북에 A4 2~장 분량의 시장 분석을 올리는데, 최근 몇 달간 가장 많이 다룬 주제가 바로 이 '고용 대체' 문제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노동 소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요? 자본 소득입니다. 월급 100만 원은 다음 달에도 들어올 확률이 높지만, 주식 투자로 번 100만 원은 다음 달 보장이 없습니다. 항상성(Constancy)의 차이죠. 여기서 항상성이란 소득이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투자 소득을 노동 소득처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ETF를 활용한 초분산 포트폴리오가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이 5~6개 ETF를 보유하면 수십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생기니까요.
데이터센터 버블과 추론용 반도체, 지금 주목해야 할 곳
일론 머스크는 3~4년 안에 AI가 물건을 무한 생산해 돈의 가치 자체가 바뀔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의문입니다.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고용이 무너지면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90년대 핸드폰 가격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가격 하락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고용 자체를 없앱니다. 소득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소비가 얼어붙고, 미국 모기지 시장(15경 규모)이 타격을 받으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2001년 닷컴 버블처럼 지금은 건설적 버블(Constructive Bubble) 단계로 보입니다. 광케이블 투자로 망한 기업들이 많았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2005년부터 독점적 지위로 흑자를 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 중 누가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이들이 쓰는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GPU가 아닌 추론용 반도체입니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수이지만, 학습은 언젠가 끝납니다. 문제는 사용 단계, 즉 추론(Inference) 과정입니다. 에이전트 AI는 24시간 돌아가며 토큰을 수백만 개씩 소비합니다. 이때 필요한 게 NPU(Neural Processing Unit)나 LPU(Language Processing Unit) 같은 추론용 반도체입니다. GPU는 공사장 트럭처럼 힘은 세지만 출퇴근용으론 비효율적이죠. 추론엔 세단 같은 가벼운 칩이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건 메모리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 아닌 HBF(High Bandwidth Flash)가 핵심입니다. 추론 단계에선 KV(Key-Value) 계산을 반복하는데, 저장 기능이 없으면 매번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HBF는 폭 넓은 저장 시설을 갖춰 딜레이를 최소화합니다. 삼성·하이닉스·스캔디스크·미쓰비시가 개발 중이며, 2025년 6월쯤 첫 샘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HBF를 가장 먼저 양산하는 기업이 3~4년 전 엔비디아처럼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2026년 투자 전략, 미중 회담과 금리 사이클
올해는 스케줄된 이벤트가 많습니다. 첫 번째는 4월 미중 정상회담입니다. 트럼프가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데, 싸우러 가진 않을 겁니다. 작년 10월 부산 APEC 직후 미중 관세전쟁이 1년 휴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갈등 완화 가능성이 있습니다. 벤 센트 재무장관은 올해 트럼프와 시진핑이 네 번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4월, 7~8월 답방, 11월 선전 APEC, 그리고 G20까지. 이건 미국 집중 포트폴리오에서 중국·신흥국 쪽으로 눈을 돌릴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5월 연준 의장 교체입니다. 캐비넛이 새 의장이 되는데, 트럼프는 "금리를 많이 내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3분기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4년 9월부터 시작된 인하가 2025년 9~10월쯤 마무리된다는 뜻입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가 생기면 금리와 환율이 출렁거립니다. 저는 이미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비슷한 패턴을 봤습니다. 챗GPT에게 "2011년 8월 시장 상황 알려줘"라고 물으면 지금과 놀랍도록 비슷한 뉴스들이 쏟아집니다.
세 번째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입니다. 트럼프는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즉 구매력 문제에 민감합니다. 소득 대비 물가 부담이 커지면 서민층 표가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중남미산 커피·코코아, 이탈리아산 파스타, 철강 관세를 제로로 낮췄습니다. 물가를 잡으려는 겁니다. 이건 미중 관세전쟁을 격화시키기보단 완화시킬 동기가 됩니다.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로 마음껏 내리긴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해엔 한 가지에 몰빵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네 번 A4 2~4장 분량으로 시장 분석을 쓰는데, 올해는 이벤트마다 방향이 자주 바뀔 거라고 봅니다. ETF 5~6개로 초분산하고, 채권·주식·금 등 자산군도 나눠야 합니다. 10대·20대라면 지금부터 10년간 다양한 ETF를 소액으로 담아보고, 각 상황에서 어떤 조합이 항상성 있는 수익을 내는지 체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기 쓰듯 기록하면 15년 후엔 어떤 아카이브가 쌓일까요? 그게 바로 안목입니다.
AI 시대엔 노동 소득보다 투자 소득이 중요해지지만, 투자 소득을 항상 소득처럼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 그러려면 포트폴리오를 넓게 펼치고,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시장을 관찰해야 합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매일 경제신문 두 개를 읽고, 주말엔 토요일 하루 종일 공부합니다. 처음엔 5시간 반 걸렸지만 지금은 훨씬 빠릅니다. 숙련도가 쌓이니까요. 여러분도 뉴스를 읽고, 쓰고, 말하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세 번 되새김하면 머리에 남습니다. 그게 10년, 20년 쌓이면 우원하게 올라갑니다. AI가 모든 걸 바꿔도 결국 마지막 선택은 사람이 합니다. 그때 필요한 건 안목이고, 안목은 경험에서 나옵니다.